감성을 물들이다, 선셋 브랜딩의 시대가 찾아오고 있다. 선셋 브랜딩이란 무엇인지 알아보려고 한다.
노을빛 감성, 왜 지금 주목받는가?
최근 몇 년 사이 브랜드들이 공통적으로 선택하고 있는 색깔이 있다. 바로 해 질 녘 하늘을 연상케 하는 따뜻한 주황, 붉은빛, 살구색, 연보라가 감도는 톤이다. 이는 단순히 시각적인 유행을 넘어서,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분위기와 감정, 철학까지 반영하는 일종의 전략적 색감 사용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를 ‘선셋 브랜딩’이라 부른다.
노을은 하루의 끝자락에서 오는 평화, 차분함, 아련한 감정을 상징한다. 현대인들에게 이 감성은 하나의 위로처럼 작용한다. 특히 불확실성과 불안정함 속에 살아가는 MZ세대와 젊은 세대에게는 ‘감성’이 곧 신뢰의 기준이자 브랜드의 진정성을 판단하는 척도가 되었다. 예전처럼 단순히 제품이 좋다고 선택하지 않는다. 지금의 소비자는 브랜드가 나와 정서적으로 통하는지를 본다. 그 감정선을 자극하는 대표적인 수단이 바로 ‘색’이다.
그래서일까? 요즘 핫한 브랜드들은 하나같이 ‘노을’을 닮아간다. 인스타그램 피드, 브랜드 홈페이지, 패키지 디자인, 매장 인테리어까지. 전반적으로 따뜻하고 부드럽고, 아련한 분위기를 풍긴다. 명확한 주장이 아닌, 느긋하게 감정을 유도하는 식이다.
과거에는 강렬한 컬러와 메시지를 통해 소비자를 자극했다면, 이제는 반대다. 노을 같은 분위기, 느슨하고 편안한 색채, 그리고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감정이 쌓이는 브랜딩이 주목받는다. 선셋 브랜딩은 단순히 예쁘다는 감상을 넘어, 시대정신과 정서적 연결을 반영한 전략이다.
따뜻한 색감, 차분한 톤 – 시각을 넘어 감정을 설계하다
선셋 브랜딩의 가장 큰 특징은 색의 사용이다. 단순한 오렌지나 베이지 색이 아니다. 톤 다운된 살구빛, 옅은 와인빛, 흐린 자줏빛 등 노을이 지날 때 하늘에 비치는 다양한 색조를 디자인 전반에 적용한다.
디자인 업계에서는 이를 ‘무드 중심의 색채 구성’이라고 부른다. 브랜드의 가치와 철학을 전달하는 방법으로 색이 중심이 되는 셈이다. 글씨보다도, 말보다도 먼저 다가오는 것은 바로 시각적 감정이다.
가령 요즘 많이 보이는 카페나 뷰티 브랜드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전체적인 색상이 통일되고 조도와 노출이 일정하다. 붉은 톤의 조명, 필름 카메라 느낌의 질감, 부드러운 곡선의 패키지 디자인까지. 이는 노을의 따스함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결과다.
실제 한 향수 브랜드는 브랜드 리뉴얼 당시 기존의 블랙 앤 화이트 스타일을 걷어내고, 은은한 로즈 골드와 노을색 그라데이션으로 전체 브랜드 이미지를 바꿨다. 결과는? 매출이 오르고, 고객층이 20대 여성으로 확장되며, SNS 공유 빈도가 3배 이상 증가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러한 색감은 브랜드의 속도감에도 영향을 미친다. 강렬하고 명확한 디자인은 즉각적인 반응을 유도하지만, 선셋 톤은 천천히 감정을 스며들게 한다. 쉽게 지우지 못할 인상을 남기고, 제품을 넘어서 ‘기억’에 남게 만드는 방식이다.
또한 이런 색감은 구매 결정 과정에서도 영향을 미친다. 자극적인 정보 없이도, 편안한 분위기만으로 사람은 마음을 연다. 선셋 브랜딩은 구매를 유도하기보다,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정서적 친밀감’을 쌓아가는 전략이다. 사람들은 지금, 물건이 아니라 분위기와 감정에 반응하고 있다.
콘텐츠와 브랜딩의 중심, 감성 시대의 마케팅 전략
선셋 브랜딩은 단순히 색상 전략이나 디자인 스타일이 아니다. 브랜드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소비자와 어떤 감정으로 연결되고 싶은지를 보여주는 철학적 메시지다. 지금의 소비자들은 스토리 있는 브랜드를 좋아한다. ‘왜 이 색을 썼는지’, ‘왜 이런 공간이 탄생했는지’에 대한 맥락을 찾고, 그것에 공감할 때 지갑을 연다.
따라서 선셋 브랜딩은 콘텐츠 마케팅과도 강하게 연결된다. 시각적 이미지만으로는 부족하다. 사진, 영상, 카피라이팅, 심지어 음악까지도 같은 감성을 기반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한 플랜테리어 브랜드는 노을빛 색조의 영상에 자연의 소리와 잔잔한 내레이션을 입혀 콘텐츠를 제작한다. 영상에는 제품에 대한 직접 설명이 거의 없다. 하지만 보는 사람은 ‘이 브랜드는 나의 일상에 쉼과 여유를 주는 존재’라고 느낀다. 이처럼 브랜드가 어떤 감정을 만들어주는지에 따라 콘텐츠 소비는 물론, 제품 소비로도 연결된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공간 브랜딩’이다. 최근 들어 오프라인 공간을 브랜드의 감정을 물리적으로 구현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 성수동 디저트 카페는 공간 전체를 해 질 무렵의 색감으로 꾸며, 방문하는 고객이 실제로 ‘노을에 물든 공간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도록 한다. 이곳은 맛있는 디저트를 파는 공간을 넘어, 감성을 체험하고 공유하는 공간이 되었고, 덕분에 방문 인증샷이 SNS에서 끊임없이 공유되며 자연스러운 바이럴 효과를 낳고 있다.
이처럼 선셋 브랜딩은 시각, 공간, 콘텐츠, 소비자 경험 전반에 걸쳐 감정을 설계하는 방식이다. 무언가를 파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느끼게’ 하는 것. 선셋 브랜딩이 강력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빠르고 강렬한 것만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던 시대는 지났다. 지금은 차분하게, 따뜻하게, 그리고 은근하게 스며드는 감성이 오히려 더 오래 남는다. 선셋 브랜딩은 바로 그런 시대의 감각을 담고 있다.
단순히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위로가 되고, 위안이 되며, 익숙함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브랜드는 더 이상 제품의 성능만으로 경쟁하지 않는다. 나의 삶에 어떤 감정을 주는지를 기준으로 선택되고, 기억되고, 사랑받는다.
해 질 녘 하늘처럼, 선셋 브랜딩은 하루의 끝자락에 여운을 남긴다. 그리고 그 여운이, 브랜드에 대한 기억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