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보어란 단어는 아마 생소한 단어이거나 처음 접해보는 단어일 수 있지만 오늘은 나만의 취향을 자유롭게 즐기는 시대, 옴니보어 트렌드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옴니보어란 무엇인가? 변화하는 소비자의 정체성
과거에는 소비자가 자신을 특정한 스타일이나 취향으로 규정짓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클래식 음악을 즐기면 늘 정제된 취향을 가진 사람으로 여겨졌고, 스트리트 패션을 선호하면 자유롭고 개성 있는 이미지가 붙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더 이상 한 가지로 자신을 규정짓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옴니보어 트렌드의 핵심이다.
‘옴니보어’는 다양한 것을 골고루 소비하며, 장르나 경계를 넘나드는 소비자를 일컫는 말이다. 이는 단순히 음악이나 음식, 패션에서뿐만 아니라 삶의 전반적인 태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같은 사람이 고급 레스토랑에서 미슐랭 코스를 즐긴 다음 날,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를 먹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여긴다. 옴니보어는 ‘모순’이 아닌 ‘조화’를 추구하는 소비자다.
이런 변화는 디지털 환경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온라인 플랫폼은 소비자가 다양한 취향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들었고, 알고리즘은 한 사람에게 다층적인 관심사를 제안한다. 과거에는 특정한 문화에 깊이 빠진 마니아적 소비가 주를 이뤘다면, 지금은 다양한 문화를 넓고 얕게 또는 넓고 깊게 아우르는 소비가 대세가 되었다.
옴니보어 트렌드가 보여주는 라이프스타일의 확장
옴니보어 트렌드는 단순한 소비 행태의 변화가 아니다. 이는 곧 라이프스타일의 유연화를 의미한다. 예전에는 특정한 직업군이나 계층에 따라 취향이 구분되곤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20대 직장인이 클래식 음악을 즐기고, 50대 자영업자가 힙합 공연을 보며, 대학생이 골프와 전통차를 동시에 즐긴다. 더 이상 세대나 사회적 정체성은 취향을 구속하지 않는다.
이러한 흐름은 콘텐츠 소비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하나의 플랫폼에서 다큐멘터리와 예능, 공포영화와 자연 다큐멘터리를 넘나들며 즐기는 방식은 옴니보어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한 장르에만 몰입하지 않는다. 요즘의 유튜브 시청 패턴만 봐도 정치, 패션, 경제, 육아, 운동 등 다양한 주제가 혼재된 관심 리스트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옴니보어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강하고, 고정관념에서 자유롭다. 이들은 트렌드를 따라가되 맹목적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때로는 남들과 다르게 소비하는 것에서 정체성을 찾기도 한다. 이를테면 고급 레스토랑 대신 동네 숨은 맛집을 소개하고, 유명 브랜드보다 소규모 장인의 제품을 선택하는 등 독창적인 선택을 통해 자신을 표현한다.
옴니보어 시대에 브랜드와 콘텐츠가 나아가야 할 방향
옴니보어 트렌드는 소비자 개인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이 흐름은 브랜드, 콘텐츠 제작자, 그리고 마케팅 전략 전반에도 새로운 기준을 요구한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유연성"이다. 예전에는 명확한 타깃을 설정해 집중 공략하는 전략이 유효했지만, 옴니보어 소비자들은 다층적이고 유동적인 취향을 갖고 있어 단일 타깃 전략으로는 한계가 생긴다.
브랜드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한 가지 경험'이 아니라 '다양한 조합의 경험'을 제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같은 제품이 고급스럽게도 느껴지고, 동시에 친근하게도 느껴질 수 있도록 다면적인 메시지를 담는 것이 중요하다. 콘텐츠 제작자 역시 특정 장르나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콘텐츠를 유연하게 기획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정보와 재미, 일상과 전문성, 감성과 실용성을 넘나드는 조합이 옴니보어 시대에 더욱 환영받는다.
또한, 옴니보어 소비자들은 자기 주도적이다. 그들은 브랜드가 제공하는 메시지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스스로의 해석을 통해 선택하고 소비한다. 따라서 진정성 있는 커뮤니케이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 방향에서만 말을 거는 브랜드보다, 열린 방식으로 대화를 시도하는 브랜드가 더 오래 살아남는다.
결국 옴니보어는 단순한 ‘트렌디한’ 키워드가 아니다. 이는 앞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갈 문화적 다양성과 포용성, 개인 중심적 경험의 방향을 암시하는 신호이기도 하다.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취향을 탐험하는 이 시대의 소비자들. 그들과 함께 호흡하고 싶다면, 우리도 스스로의 옴니보어 감각을 길러야 할 때다.